개악인가 개혁인가
상태바
개악인가 개혁인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2.03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관수의 개혁인가,개악인가?>

나는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와 편집국장으로 일했다.그 때가 80년대 중후반이라서 민주화 열풍이 한참 불고 있을 때였다.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과도기였다.그 시절 민주화를 주도하던 민주화운동가들이 많았는데,심정적으로 그들의 민주화 의지와 헌신에 응원을 보냈었다.세월이 지나 그들 민주화투사들 대부분이 현실정치인으로 변신했고,그들중 절대다수는 그 이전 시대에 그들이 타도를 외치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속물과 비리정치인들로 변질되는 것을 지켜봤다.그러한 안타까운 악순환은 지금 이 시대에도 그대로 돌고도는 것 같다.

‘민주’라는 단어,‘개혁’이라는 단어를 목숨처럼,금과옥조처럼 외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개혁을 개악으로 만드는 일들을 보면서 탄식을 금할 길이 없다.요즘 정치를 보면 7살짜리 동네 꼬마들이 놀이터에서나 할법한 유치찬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그런 어이없는 희극들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가슴속에서 울분이 차 오를 때가 많다.민주주의를 목에 핏대가 오르도록 말하던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한 법절차’를 짓밟는 일은 예사인데다,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토론’은 아예 사라진 형국이다.법과 절차,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무시하는 정치는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하기야 민주주의의 본산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거부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민주주의를 뒤늦게 수입한 우리나라야 더 말할 것이 무엇이랴,싶기도 하다.

지난 시절에 대한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개혁이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를 종종 생각하게 된다.나도 개혁을 참 많이 외쳤었지,하는 생각을 한다.입술에서 개혁이라는 말이 나올 때,대부분의 경우,그것은 남을 향해 하는 말일 확률이 높다.남을 향해서,세상을 향해서,시대를 향해서 개혁하라는 식으로 명령하고 주장하는 논조가 되어버린다.그러다보면 점차 핏대가 올라가고,흥분되고,분노가 끓어오르면서 냉철한 이성적 판단력이 희미해진다.늘 눈에 보이는게 남의 허물이요,늘 머릿속에 생각되는게 시대와 지도자들의 잘못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은 사라지게 된다.나 자신의 생각과 판단과 비판이 길을 잃어버렸는데도 그 실상을 자신은 까맣게 모르게 된다.내가 비판하는 그 사람들과 내가 어느덧 똑같은 인간으로 변질되어버렸는데도,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겨묻은 사람들에게 지적질해왔는데,알고보니 어느덧 내가 똥묻은 인간이 되어있는 것이다.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이런 식으로 자기는 잘못해도 그건 선이고,정의고,개혁인 것이고,너는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늘 손가락질만 해대는 것이다.개혁을 자주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결국 독선과 자가당착에 함몰되기 쉬운 것이다.

얼마전 나훈아의 언택트공연에서 부른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올해 화제의 중심에 올랐었다.“테스형,세상이 왜 이래?”라는 가사가 대중들의 마음에 공명을 불러일으켰다.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하다.결국 나 자신을 먼저 성찰하지 않으면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항상 입에서 ‘개혁’을 외칠 수 밖에 없는 정치지도자들,그리고 항상 입에서 ‘똑바로 살자!’고 부르짖을 수 밖에 없는 종교지도자들,이 두 부류는 결국 같은 소명,같은 처지,같은 멍에를 지고 있다.남들에게,세상에게 ‘바름’을 강조하고 가르치고 법제화해야 하는 임무이다보니,늘 개혁을 입에 달고 살다가,언뜻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내가 바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진흙탕속에 빠질 때가 많다.

정치인들이야 “하나님앞에서”라는 신앙양심이 없으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종교지도자만은 자기모순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되리라.오늘날의 현실 정치인들을 향해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사명도 물론 꾸준히 수행해야겠지만,‘독선’에 빠져 질풍노도같은 일방통행 폭주를 하는 정치를 향한 비판의 화살도 열심히 날려야하겠지만,나 자신은 혹시 지금 저 사람들처럼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자기모순을 품고 있지는 않나,오늘도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